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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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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는 서양의 가장 널리 알려진 회화이다.

회화(繪畵) 또는 페인팅(painting)은 캔버스, 종이, 나무, 유리, 비단, 콘크리트 등의 표면에 색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을 말한다. 특히 미술에서 회화는 작업자의 미적 감각에 의해 구상되어 제작된 구도와 데생을 포함한 풍부한 표현력이 깃든 평면상의 그림을 뜻한다.

회화는 오랫동안 대표적인 미술의 한 장르로 존재하여 왔다. 회화의 주제는 종교, 신화와 같은 정신적인 주제에서부터 초상화, 풍경화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1]

개요[편집]

사물의 두 번째 면의 경계는 첫 번째 면의 것과 같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의 작업은 첫째 면과 둘째 면 사이의 경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사물과 그것의 주위에 있는 자연의 다른 사물들을 나누는 외곽선은 실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면에 칠해진 색은 실재하지 않는 외곽선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색의 시작점일 뿐이다. 하나의 색은 주위 다른 색에 대응할 뿐이다. 그러기에 화가는 간격을 만드는 경계를 만들지 않는다. ”
— Martin Kemp, Leonardo on Painting, p. 86-87.
명말청초의 화가 진홍수의 작품

회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명도에 대한 표현과 이것을 감지하는 시각이다. 공간상의 모든 점은 저마다 다른 명도를 갖는다. 어느 한 점의 명도는 그레이 스케일중의 하나와 대응한다. 실제 작업에서 화가는 일련의 명도를 늘어놓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원하는 면을 표현할 수 있다. 이때 화가는 기하학적 입체의 명암과 원근법을 동시에 고려한다. 일예로 화가가 어둠속으로 길게 이어진 흰벽을 그리려 한다면, 흰벽은 그저 동일한 흰색일 뿐이라 하더라도 화가는 벽의 한 지점의 명도가 다른 지점의 명도와 차이나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서로 다른 명도를 화면에 표현할 것이다. 즉 가장 밝은 흰색 지점에서부터 가장 어두운 검은색 지점까지 회화에 표현하게 된다.

색과 색조음악음높이리듬처럼 회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색은 문화에 따라 매우 주관적인 심리적 영향을 준다. 서양에서 검정은 종종 죽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장례에 흰색이 쓰인다. 괴테, 칸딘스키, 뉴튼과 같은 사람들이 독자적인 색 이론을 주창하였다. 색의 주관성에는 언어적인 이유도 있는데 색을 가리키는 낱말은 가시광선 가운데 하나의 색상을 정확히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범위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빨강은 심홍색에서부터 분홍색에 가까운 색까지 폭넓게 쓰인다. 실제 회화의 제작에서 색은 삼원색과 같은 단순한 색들의 혼합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다.

현대 회화는 콜라주와 같은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였다. 이외에도 추상화, 입체파,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등과 같은 예술 사조에 따라 다양한 표현 기법이 등장하였다.[1]

역사[편집]

쇼베 동굴의 벽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회화는 약 32,000년 전에 그려진 프랑스 쇼베 동굴의 벽화이다. 레드 오크를 사용한 적색 안료와 흑색 안료를 이용하여 말, 코뿔소, 사자 등을 그렸다. 이외에도 라스코 동굴의 벽화 등이 선사시대의 회화로 유명하다. 동굴 벽화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중국, 인도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내부에 그려진 벽화는 당시의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는 역사적 자료이자 당시 회화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폼페이의 발굴을 통해 고대 로마의 벽화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고구려의 고분에서도 많은 벽화가 발견됐다.[1]

회화의 표현방법[편집]

표현할 대상을 보고 느낀 감동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관찰표현 방법과 작가의 개성과 표현의도에 따라, 형이나 색 등을 주관적·창의적으로 해석하여 그리는 방법 등이 있다.

관찰표현 방법에는 본 그대로의 대상과 똑같게 표현하는 사실적인 묘사방법과 대상물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생략 혹은 변형하여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자신의 경험이나 상상, 공상, 생각등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방법으로 구상표현(構想表現)이라고도 한다. 또한, 자연의 형이나 색을 떠나, 순수 조형 요소로만 표현하는 방법도 있다.

회화 표현의 올바른 방법은 주제의 선택이나 화면구성, 표현기법 등이 창의적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표현되도록 하여야 하며, 어떤 방법의 표현이던 자신이 느낀 대로 솔직하게 표현주제에 맞게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형태와 색채, 화면의 짜임새 등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워야 한다.[2]

회화의 기본요소[편집]

회화의 기본요소에는 선(線), 형(形), 색(色)이 있다.

선은 점(點)의 연속적인 배열로, 모든 조형요소의 기본이 된다. 대상의 윤곽이 되기도 하며, 형을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명암(물체에 빛이 비칠 때 나타나는 밝고 어두운 단계)·양감{물체의 크기, 부피,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질감(화면 위에 표현된 재질의 느낌) 등을 나타내거나 굵기와 속도·방향·농담 등에 의하여 작가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직선은 딱딱하고 강하며 힘찬 느낌을 주고 곡선은 부드럽고 율동적인 느낌을 준다.

형(形)은 사물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형(사실주의·자연주의)과 자연 대상을 인위적으로 변형·과장·생략·강조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형(야수파·입체파)이 있다. 또한, 사물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없는 형(추상주의)도 있다. 눈으로 보이는 형은 눈 높이와 보는 각도· 방향·원근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색(色)은 물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색과 물체의 고유색이 아닌, 광선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변해 보이는 인상의 색, 그리고 자연의 색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에 따라 창의적으로 표현한 심상의 색 등이 있다.[2]

회화의 표현요소[편집]

회화의 표현요소에는 명암(value)·양감(volume)·질감, 공간감과 원근감 등이 있다.

명암은 물체에 빛이 비칠 때 나타나는 밝고 어두운 단계를 말하며, 모든 물체는 광선에 의해서 명암이 나타나고, 명암에 의해서 실재감이 난다. 또한 빛의 방향에 따라 물체의 느낌도 달라진다. 이러한 명암의 표현이 잘 되었을 때 대상의 입체감과 양감이 잘 느껴져 실재감이 난다.

양감은 물체의 크기, 부피,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로 중량 감이라고도 한다. 양감은 서양화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로 물체의 입체감·실재감과 관계가 깊다. 같은 크기와 부피의 물체라도 무겁다, 가볍다, 불룩하다 등의 느낌이 다르게 나타난다.

질감은 마티에르라고도 하며, 물질의 재질감이 화면상에 표현된 느낌을 말한다. 캔버스(유화용 그림틀)위에 유화 나이프로 혹은 물감을 두껍게 바른다던가 모래를 붙이면 독특한 마티에르가 느껴진다.

원근감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부터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나타나는 거리감으로 공간감이라고도 한다. 운동감은 대상의 동세나 움직임에 의해 느껴지는 것으로 화면에 생동감을 주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2]

회화의 표현원리[편집]

회화의 표현원리에는 동세(movement), 균형(balance), 율동(rhythm), 강조(emphasis), 대비(contrast), 통일(unity) 등이 있다.

동세(movement)는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움직임과 생동감, 또는 방향감을 말한다. 특히 인물화에서는 동세의 표현이 중요하다. 동세의 표현을 통하여 물체의 내면에 숨어 있는 움직임과 살아 있는 느낌을 나타낼 수 있다. 동세의 표현은 선의 억양이나 형과 색의 규칙적인 반복 또는 강조를 통하여 가능하며 움직이는 대상을 통하여서도 운동감을 나타낼 수 있다.

균형(balance)은 화면에서 무게나 힘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시각적인 안정감을 준다. 좌우·상하의 형이 같으면 완전한 균형(대칭)을 이루지만, 이것은 너무 변화가 없고 딱딱한 느낌을 준다. 그러므로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비대칭의 균형은 조화의 미를 느끼게 해 준다.

율동(rhythm)은 규칙적·주기적인 운동으로, 시각적인 움직임을 주는 것을 말하며 형과 색의 변화 있는 반복을 통하여 표현된다.

강조(emphasis)는 주의의 조건에 따라, 선이나 형 또는 색으로 특정한 부분을 강하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긴장감을 말하며 시각적인 자극과 함께, 변화 있는 화면을 제공해 준다.

대비(contrast)는 대립된 성질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을 말하며 서로 반대되는 요소의 조화적인 배치로 표현된다.

통일(unity)은 유사한 형과 색이 규칙적인 배치로 이루어지며 화면이 산만하지 않도록, 질서감과 균형감을 준다.[2]

회화의 표현양식[편집]

회화의 주요 표현 양식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낭만주의
  • 매너리즘
  • 모더니즘
  • 미래파
  • 바로크
  • 사실주의
  • 극사실주의
  • 사회주의 사실주의
  • 신고전파
  • 아르데코
  • 아웃사이더 아트
  • 야수파
  • 인상파
  • 입체파
  • 초현실주의
  • 추상화
  • 팝아트
  • 포스트모더니즘[1]

회화의 분류[편집]

회화는 표현방법과 표현 대상· 표현재료·지역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①표현방법에 따른 분류

-그리려고 하는 대상을 직접 관찰하여 표현하는 사생화, 눈앞의 사물을 직접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기억, 공상이나 상상 등을 표현하는 구상화(構想畵), 남의 그림이나 명화 등을 보고 모방해서 그리는 임화 등이 있다.

②표현 대상에 따른 분류

-인물을 주제로 그린 인물화, 꽃, 과일 등 주변의 친근한 사물을 배치하고 그리는 정물화, 산과 들, 집, 나무 등 주변의 경치를 선택하여 그리는 풍경화 등이 있다.

③표현 재료에 따른 분류

- 연필이나 콩테, 목탄, 펜, 붓 등 한가지 색으로만 그리는 단색화와 크레용이나 크레파스, 파스텔, 수채물감, 유채물감, 아크릴, 물감 등 여러 가지 채색효과를 살려서 그리는 채색화로 분류된다.

④지역에 따른 분류

- 종이(화선지)난 천(비단) 위에 먹과 채색을 사용하여 그리며 선과 여백의 미를 살려서 그리는 동양화와 , 캔버스(천) 위에 기름 물감을 이용하여 그린 유화가 중심이 되며 형태와 더불어 명암, 양감, 질감 등을 중요시하는 서양화로 분류된다. 서양화는 동양화에 비해 입체적이다.[2]
소재
  • 알레고리
  • 초상화
  • 풍경화
  • 정물화
  • 바디페인팅
  • 인물화
  • 일러스트레이션
  • 포스터
재료
  • 아크릴 회화
  • 에나멜 회화
  • 밀납화
  • 프레스코화
  • 구아슈
  • 유화
  • 수채화
  • 파스텔화[1]

회화의 용구[편집]

회화의 용구에는 화가(이젤), 화용지(켄트지), 캔버스(화포), 붓, 팔레트, 물통 등이 있다.

화가(이젤)는 화판이나 캔버스를 올려놓고 그릴 수 있는 것으로 실내용과 야외용이 있다. 야외용은 이동이 간편하게 접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종이는 연필로 그릴 때에는 켄트지를 사용하고 목탄으로 그릴 때에는 목탄지, 수묵화에서는 화선지를 사용한다. 캔버스는 유화나 아크릴화를 그리기 위해 나무틀에 천을 팽팽하게 씌워 놓은 것으로 천의 재료로는 보통 마, 삼베 천을 쓴다. 캔버스 1호의 크기는 엽서 1장 크기정도이며 10호는 1호의 10크기이다. 붓은 둥근 붓과 평필(넓적한 붓)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수채화 붓으로는 15,16호 정도의 둥근 붓을, 디자인용은 세필(2,4,6.8호)과 평필을 많이 사용한다. 팔레트는 물감을 혼색할 때 쓰는 것으로 수채화, 유화, 디자인용이 다르다. 디자인을 할 때에는 넓적한 판이 좋다. 물통은 물을 자주 갈아 써야 하므로 큰 것이 좋다.[2]

미학과 회화 이론[편집]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고대에서부터 19세기 칸트와 헤겔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주요한 분야 중 하나이다. 미학은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그 방법론을 연구하기 때문에 회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미 고전 철학에서 플라톤은 회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였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회화는 실재를 모사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참된 것이 될 수 없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는 지적 작업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칸트는 "미(美)란 숭고함이다."라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이러한 주장은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와 같은 낭만주의 화가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도상학은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석하는 학문으로 중세이래 서양의 회화 전통에 기인한 것이다. 중세 및 르네상스 시기의 서양 회화는 많은 어트리뷰트(attribute)를 사용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인물, 사건, 이야기 등을 나타냈는데 이를 해석하여 그림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도상학이 발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서양회화에서 올빼미가 옆에 있는 투구를 쓴 여인은 아테네를 나타내는 것이다.

1890년대 프랑스의 화가 마우리세 데니스는 "그림이란 본질적으로 군마, 전라의 여인, 이야기의 한 장면을 나타내기 이전에, 이것들을 표현하고자 화폭에 모인 색의 구성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이후 20세기 회화에 막대한 영향을 주어 입체파와 같은 새로운 회화가 출발하게 하였다.[1]

현대미술 속 회화의 역할과 재부흥[편집]

회화의 전통적 역할은 눈에 보이는 3차원의 사물을 캔버스의 평면에 그대로 재현하고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을 충실히 모방하는 카메라가 도래하였고, 이로 인해 회화의 오랜 역할을 사진이 대체하게 되면서 회화는 현실의 모방과는 다른 역할을 찾게 되었다. 또한 현대미술의 발달로 인해 예술에는 다양하고 새로운 매체들이 사용되었다. 캔버스의 평평한 회화가 전부였던 이전의 미술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파격적인 예술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전통적인 캔버스를 활용한 작품이 낡고 오래된 예술 방식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이 극에 달했던 때, 완성된 형태로서의 작품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이 예술이 되는 '개념 미술'이 등장하게 되었다.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 1963)은 '회화는 단지 눈의 즐거움만을 위한 작업이며, 예술은 망막이 아닌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시장에서 구입한 변기에 사인을 한 뒤 <샘 (Fountain)>(1917)이라 제목을 붙이며, 작가의 아이디어만으로 일반적 사물을 예술의 영역으로 들여놓았다. 이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뉴미디어 작품과 대규모 설치 작업이 중심을 이루는 현대미술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미술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70년대 말, 80년대의 대규모 전시에서는 신표현주의라는 흐름 아래 전통적인 캔버스를 사용한 작품이 다시 등장하였다.

회화는 왜 끊임없이 돌아오는 것일까? 시대에 따른 회화의 복귀는 이전과는 다른 맥락을 갖는데, 그렇다면 요즘의 회화는 이전의 것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어떻게 이처럼 가장 오래된 예술 매체인 회화가 시대적 맥락에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예술적 매체로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화가 다시 돌아오게 된 배경에는 회화 스스로가 그들에게 부과되었던 '우상화'를 깨기 위해 노력한 것과 사회 경제적인 배경의 뒷받침이 있었다. 먼저, 회화는 기본적으로 작가의 직접적인 붓질이 작품의 특성이 되기에 작가의 '저자성'이 강조된 매체이다. 모더니즘 미술 작품은 여기에 창조성을 최대로 발휘하게 되는 작가의 영웅적인 특성이 더해져 예술적 아우라까지 담기게 된다. 이로 인해 작품은 초월할 수 없는 우월함을 가지게 되고,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할 때 개개인의 경험을 작품에 결부하여 읽어나가기 보다는 작가가 정해놓은 감상법을 따라가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우) Jackson Pollock, 'Drip Painting', 1951

예를 들어, 피카소(Pablo Picasso 1991 - 1973)가 어떤 장면을 보고 자신의 방법대로 구상해서 이미지를 만들 때, 그는 자신의 관점에서 다양한 상황을 해석하고 종합하여 화면에 표현한다. 이는 일종의 신의 시점과 같은 것으로, 즉 전지적 시점과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작가인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 - 1956)의 추상작품에는 어떠한 서사적 의미나 3차원적 입체적 형상이 담겨 있지 않고, 흩뿌려진 물감으로 인해 작가의 주체성만이 화면에 온전히 투영되게 된다. 그렇기에 신격화된 작가로서의 주체성이 그대로 담긴 '고귀한' 회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 Carl Andre. 'Copper-Zinc Plain', 1969

선과 색채를 통해 강렬한 감정과 격렬한 운동감을 드러내는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미니멀리즘은 공장에서 기계로 뽑은 듯이 보이는 오브제가 전부이다. 미니멀리즘 작품의 특징은 작가의 개입이 배제된 익명성과 기하학적 형태의 반복성이다. 예를 들어, 토니 스미스(Tony Smith, 1912~1980)가 <죽다 (Die)>(1962)를 제작할 때 한 일이라곤 '철판으로 커다란 주사위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 미술관 마당에 설치해 달라'며 전화로 철공소에 지시를 내린 것이었고, 칼 안드레(Carl Andre, 1935~)는 벽돌을 바닥에 깔고, 전시가 끝나면 다시 해체해 트럭에 실어 날랐을 뿐이다. 이들 작품에서 작가의 '인격'은 사라진 것이다.

(좌) <회화에서의 새로운 정신(A New Spirit in Painting)>전의 전시 도록 (우) <회화에서의 새로운 정신(A New Spirit in Painting)>전의 전시 전경

오래전부터 작가의 특성은 전통적 회화의 화폭에 담겨져 왔다. 그러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등을 거치며 작가의 숨결은 작품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당시 미니멀리즘과 같이 지나치게 초연하고 지적인 동시대 미술에 대한 반발로 회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을 '신표현주의'라 부른다. 신표현주의 작가들은 아무것도 표현되지 않았던 예술의 형태에 반발하면서 내용의 중요성을 외쳤고, 개성있는 붓질과 작가성을 화면에 다시 부여하려 노력하였다. 신표현주의는 그들의 시대정신이 녹아 있는 새로운 형태와 내용으로 작가성을 회복하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회화의 귀환은 70-80년대 대규모 전시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1979년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신 이미지 회화(New image painting)>전이나 1981년 런던의 로얄아카데미에서 열린 <회화에서의 새로운 정신(A New Spirit in Painting)>전은 모두 이전 10년 동안 발전되어왔던 회화의 새로운 측면에 집중하여 기획되었다. 이중 <회화에서의 새로운 정신>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젊은 작가들로서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개념미술 등 다양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이 전시에서 주목 받았던 것은 회화 속에 나타난 형상성의 회복이었다. 이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위해 모더니즘 미술이 배제하였던 서정성, 은유, 상징 등의 요소들을 과감히 부활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작품에는 다시 작가의 의식 및 감성이 반영된다.

(아래 우) Julian Schnabel, 'Portrait of Stella', 1996

회화의 부활과 함께 80년대를 주도하였던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 1951-) 등의 작가들은 두터운 물감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거친 표면으로 그들의 감정을 표현했다. 이들은 밀짚, 납, 깨진 접시, 물감의 점성 등을 통해 이전의 모더니즘 회화의 평평한 화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촉각성과 물질성을 부각시켰다.

80년대에 이루어진 회화의 귀환에는 경제사회적인 여건과 시장과 친화적인 회화의 특성이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레이건 정부의 과감한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대규모 자본이 미술시장에 유입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미술작품의 거래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는 시장친화적인 회화의 복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1970-80년대 미니멀리즘이나 개념미술 작품은 부피가 커서 개인이 소장하기 쉽지 않았고, 공산품과 유사한 형태 탓에 구매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 1982년, 비평가 크랙 오웬스(Craig Owens, 1950 – 1990)는 당시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예술이 주류였던 미국 미술 시장에서 소장하기 용이했던 회화가 특히 많이 거래되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예술계가 '형태가 있는(tangible)'것, '잘 팔리는 대상'2) 회화에 다시 주목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또한 작품의 가격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미술가의 사회적 인지도와 명성, 즉, 작가성에 대한 아우라이다.3) 이는 '천재성'에 대한 신화로, 저자성이 강한 매체인 회화는 미술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술의 역사는 모더니즘 이후 작가의 '인격'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나, 영웅성에 대한 신화는 계속해서 유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영진 작가의 작품
송현주 작가의 작품

이렇게 회화는 계속되었고 현시대에서도 작가들은 다양한 매체 속에서 회화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회화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얼굴은 전영진 작가, 송현주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여 파악할 수 있다.

더 이상 실제 세계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 회화의 목표가 아니게 된 지금, 전영진 작가는 회화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에 다른 예술적 매체들이 갖지 않는 회화의 고유한 성질인 '평면성'을 화면에서 부각시킨다. 그 결과 3차원의 풍경은 입체성이 최대한 배제되고 기하학적 요소들을 사용한 패턴 안에서 색의 배열과 조화가 강조된 화면으로 나타난다.

같은 시기에 제작된 송현주 작가의 작품은 화면에 선을 긋는 행위 자체를 드러내거나 지우는 작업을 반복하여 그려낸다. 그는 회화를 시각적 '완성'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행위의 과정 속에 담긴 시간성을 녹여내는 매개체로 보고자 한다. 예술작품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것은 작가 자신이 아니라, 작품 바깥의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작가는 감상자와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작가와 작품의 상호작용, 감상자와의 교감, 제작된 시대의 영향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예술의 존재에 대하여 탐구한 결과이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캔버스 작업이 아무리 쇠퇴하고 없어진다고 해도 예술은 결국 전통적인 평면적 작업과 결부되려는 성질을 갖는다. 예를 들면, 사진이나 미디어의 매끈한 표면 위에 작가의 붓질을 첨가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한편 회화의 형태는 완벽히 평평한 화면으로만 존재하기 보다, 부조의 형태로 입체성을 갖기도 한다.

발전은 전통이 굳건하게 다져진 후에 가능하다. 미술의 개념이 계속해서 발전하더라도 미술의 모체였던 회화는 그 밑받침이 되어 살아있을 것이다. 이는 현대미술이 시작된 지 100년이 넘은 지금도 사람들이 미술을 떠올릴 때 전통적인 형태의 캔버스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나, 여전히 평면회화의 거래가 가장 많은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작가의 독창성과 예술의 언어는 달라지더라도 결국 회화는 끊임없이 부활하고, 그 얼굴을 바꾸며 우리의 삶 속에 예술로서 건재할 수 있다.[3]

각주[편집]

  1. 1.0 1.1 1.2 1.3 1.4 1.5  〈회화〉, 《위키백과》, 
  2. 2.0 2.1 2.2 2.3 2.4 2.5 스페이스, 〈기초미술이론 _ 회화편〉, 《한국전업예술가협회》, 2010-08-18
  3. 오픈갤러리, 〈현대미술 속 회화의 역할과 재부흥〉, 《오픈갤러리》, 2018-10-18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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