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다슬기(영어: Semisulcospira libertina, 중세 한국어: 배틀죠개, 문화어: 토질골뱅이)는 다슬기과의 연체동물로 물이 깊고 물살이 센 강의 바위 틈에 무리지어 서식한다. 소래고둥, 민물고둥, 고딩이, 골뱅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1]
개요[편집]
다슬기는 중복족목 다슬기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일종이다. 껍데기 높이 약 25mm, 지름 약 8mm가 보통이며, 큰 것은 높이가 60m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나층(螺層:나선 모양으로 감겨져 있는 한 층)은 원래 5∼6층이나 부식되어 3∼4층만 남는다. 이것은 민물에 석회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나층은 부풀어 있지 않고 봉합(縫合:나층과 나층의 경계선)은 선명하지만 깊지 않아 옆면이 거의 직선을 이룬다. 체층(體層:껍데기 주둥이에서 한바퀴 돌아왔을 때의 가장 큰 한 층)을 비롯한 각 나층에는 가늘고 뚜렷한 나륵(螺肋:각 층의 나관이 성장 방향과 나란히 생기는 가로주름)이 균일하게 나 있는데 체층에는 11∼15줄 정도 있다. 종륵이 많고 거친 성장맥이 나타나는 것도 있으며 개체변이가 매우 심하다. 껍데기 표면은 황갈색으로 2개의 적갈색 띠가 있으며 껍데기 주둥이의 바깥 입술 안쪽에도 나타난다. 껍데기 주둥이는 달걀 모양으로 축순 앞끝은 아래로 늘어져 있으며 안쪽면은 회백색이다. 하천과 호수 등 물이 깊고 물살이 센 곳의 바위 틈에 무리를 지어 산다. 난태생으로 자웅이체인데, 대부분 큰 개체가 암컷일 경우가 많다. 식용하며 폐흡충(肺吸蟲)의 제1중간숙주이므로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 한국(남부 지방),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 및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또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고, 눈의 충혈과 통증을 다스려 시력을 보호해준다.[2]
이름[편집]
다슬기의 옛말은 '배틀조개'로, 경남에서는 '민물고동', 경북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도슬비' 등등으로 불린다. 충청지역에서는 다슬기를 이용한 올갱이국이 유명하며, 괴산 지역에서는 관련 축제가 열린다.
흔히 우렁이와 착각하여, 동의보감의 '전라'(田螺)를 다슬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라는 우렁이를 의미하며, 동의보감에는 다슬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생태[편집]
껍데기는 높이 약 30mm, 지름 약 12mm가 보통이며, 큰 것은 높이가 60mm에 달하는 것도 있다. 나선형의 꼭대기 부분이 변형되어 최후의 3층 정도로 남아있는 것도 있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수중 돌밑이나 틈새에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슬슬 밖으로 나온다. 달팽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아강 수준에서 달라서 생물학적으로는 거리가 멀다. 당장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 달팽이와는 달리 암수 구분이 있다는 점이 있다. 바위가 많은 강의 돌 틈 같은 데를 뒤지면 찾아볼 수 있으나 농약과 수질오염, 남획 탓에 개체 수는 꽤 줄었다.
다슬기의 수명은 3-5년으로 다른 종류에 비해 긴 편이다. 친척뻘인 우렁이는 1년인 반면, 다슬기는 수명이 길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키우기에는 수명도 길고 나쁘지 않다. 사슴벌레랑 수명이 비슷해 좋다는 사람도 있다.
화석으로는 사천 곤명면 성방마을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된 것이 최초다.
물환경 정보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하천 생활환경기준에 따르면 다슬기는 좋음~보통 수준 수질에서 생활하는데, 이는 매우 좋음 바로 다음인 좋음, 약간좋음, 보통(1b, 2, 3급)수준이다. 단, 매우 좋음 수준이면 물이 너무 맑아 이끼가 없을 정도이므로 다슬기가 먹을거리가 없어 오히려 살지 않는다.
그 외 다슬기가 생존하는 데 영향을 주는 조건 중에 수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다슬기의 생태에 대한 논문이나 연구 보고서가 그리 많지 않아 자세한 건 알 수 없다.
잡는 법[편집]
보통 유리판이 딸린 플라스틱 수경을 이용해 강바닥에서 돌 틈을 뒤져 가며 잡지만, 전문적으로 어업을 하는 경우에는 한밤중에 저인망으로 강바닥을 배에 달린 그물로 훑어 돌위로 올라오는 다슬기를 낚아채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을 쓸 경우 강바닥 다슬기의 씨를 말려버릴 수 있으므로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다슬기가 건강식으로 알려진 이후 해마다 전문 장비들을 동원해서 다슬기를 마구잡이로 쓸어가는 불법 채취꾼들이 기승을 부리거니와 그 숫자도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설상가상으로 물놀이를 하러 온 일부 외지인들도 다슬기를 마구잡이로 긁어가는 일이 잦아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육[편집]
다슬기는 재미로 혹은 식용으로 사육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이유는 생명체 중에서 손도 많이 안 가는데 귀엽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로 어항에서 키운다.
먹이는 물이끼나 수초가 있으면 따로 안 줘도 되고, 먹이를 정 준다면 잡식성이기 때문에 상추, 배추 등 식물과 작은 새우, 멸치 등을 준다.
알을 낳는게 아닌 모래알만한 새끼를 낳는데, 다 키우기 버겁다면 삶아 먹으면 된다. 단 절대로 방생해서는 안 된다. 수조에서 어떤 세균과 바이러스를 자연계에 옮길지 모르고 기존에 다른 종류의 다슬기가 살던 하천에 풀게되면 기존에 살던 종을 밀어낼 수가 있으며 이는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야기한다. 사실 암수는 구별하기 힘들어 운이 좋으면 두 성별 모두 얻을 수 있다. 하천은 이끼가 많고 넓은 곳이 좋다. 다슬기들이 잘 살고 번식하기 위해서다. 다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10마리~20마리나 키우기도 하는데, 초보자들은 4마리 안팎 정도를 추천한다. 번식력이 무시무시해서 이 정도만 넣어 길러도 금세 수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가 불어나는걸 저지하고자 다른 어항 수조라면 기피할 자객달팽이 헬레나를 같이 길러 먹이사슬을 구현하는 케이스도 있다.
수족관[편집]
관상용이나 물이끼를 없애기 위하여 어항이나 수족관에 넣어 기르기도 한다. 수족관에서 청소생물이라고 파는 노란 달팽이나 새우 같은 것을 따로 구입해 넣기 힘든 대신 하천이 가까운 시골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다. 사실 도시 지역이라도 한국 도시는 어디에나 뒷산이 있고 오염되지 않은 작은 계곡은 흔하기 때문에 구하려면 쉽게 공짜로 구할 수 있다. 크기는 약 2~3cm로 자그마한 녀석이 벽을 꼬물꼬물 기어 올라가며 벽에 붙은 물이끼를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귀엽다.
단 야생에서 채집한 다슬기의 경우 따로 다슬기 어항에서 해감을 한 뒤에 넣는 걸 추천한다. 야생 다슬기는 각종 기생충과 거머리가 붙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다슬기를 넣고 싶다면 다슬기 여러 마리를 어항에 넣은 뒤 번식해서 생긴 종패를 넣기를 추천한다.
잘못 관리하면 폐사하는 노란 달팽이(애플 스네일)나 새우와 달리 생명력이 강해서 관상어가 죽을 만큼 처참하게 어항 환경이 악화되지 않는 이상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인조 수초가 아니라 윌로모스류 같은 싸구려 수초라도 넣었다면 물이끼와 함께 수초도 뜯어먹으며 신나게 번식한다.
식용[편집]
다슬기는 흔히 식용되지만 기생충의 일종인 폐흡충의 중간숙주이므로 웬만하면 날것으로 먹지 않아야 좋다. 식감은 조그만 고무조각처럼 쫄깃하고, 맛은 고소하며 끝맛이 약간 쓰다. 의외로 쌉쌀한 편이다. 익혔을 때 익은 살점과 국물이 비취 같은 녹색이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비위가 상할 수 있다. 또 다슬기가 소라처럼 껍데기 입구를 막을 때 쓰는 얇은 뚜껑이 있는데 이게 잘 씹히지 않고 치아 사이운수 없으면 잇몸에 끼는 경우가 있는 등 먹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 떼는게 좋다.
아무리 해감을 잘해도 모래 같은 게 씹히는 느낌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다슬기의 대부분이 난태생이라 껍데기가 갓 생성된 새끼 다슬기가 씹히는 것이다. 대략 6~7월쯤에 잡은 다슬기는 이런 식감이 없다고 한다.
괴산군은 올갱이국 거리가 있을 만큼 유명하며, 영동군, 보은군, 영월군 등 산 많고 계곡 많은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물론 가장 가까운 도시권인 청주시나 대전광역시에서도 어렵잖게 먹을 수 있다. 경상도 쪽에서도 비교적 즐기는 음식이다. 경상도 쪽에서는 다슬기를 '고디', '고동'으로 부르며, 따라서 '다슬깃국'도 '고디국', '고동국'으로 통하고 있다. 다만 다른 지역에서는 다슬기 해장국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다슬기의 생명력이 강하다 보니 주변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일반인도 계곡에 가면 맨손으로도 봉투 가득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채취가 쉬워서 재료는 싼 편이다. 민물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그냥 수돗물 들이부어 해감해도 될 정도로 다루기도 쉽다.
그래도 다슬기 해장국의 가격은 꽤 센 편인데, 이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껍데기에서 꺼내야 해서 인건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손톱만한 다슬기를 삶아서 이쑤시개를 넣어 하나하나 알맹이를 빼내야 하므로 손이 많이 간다. 또 개체수에 비해 채취방법도 손으로 수작업 해야하는 만큼 번거로워 대량수급이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알맹이만 까서 파는 다슬기나 레토르트 해장국조차 가격이 높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을 다른 해장국들에 비해 찾기 힘든 편이다. 그럼에도 워낙 독특한 음식이라 먼 곳까지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매니아들도 제법 있는데 해장 효능으로 끝판왕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금은 수질 오염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서 그렇지 1990년대에는 다슬기를 된장 푼 물에 삶아서 길거리에서 종이컵에 담아 싸게 팔기도 했다. 흔하진 않지만 시골 장터나 행사를 가면 번데기와 더불어 항상 보이는 길거리 음식이다. 아무래도 번데기보다 거부감이 덜하고 이쑤시개로 하나씩 빼먹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그 재미가 너무 쏠쏠하고 집중하며 먹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3]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