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
정치철학(政治哲學)은 시민과 국가, 평등과 자유, 법과 정의 등의 본질과 필요성, 정부의 합법성의 근원, 정치와 윤리와의 관계, 전쟁과 평화, 정치란 무엇인가 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관한 학문이며, 정치학의 한 분과이고 철학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는 분야이다. 정치철학의 주요 관심사는 재산권의 정의와 생산수단에 대한 접근의 통제, 분배와 처벌에 있어서의 정의, 법적 판결을 도출하는 진실과 증거에 관한 규칙 등이다.[1]
개요[편집]
정치철학은 정부, 시민, 국가, 법 등에 대한 물음을 다루는 정치학의 분과 학문이며 인간과 사회의 정치적 영역에 대하여 연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를 말한다. 정치철학은 사회 영역에 도덕철학에서 파생된 다양한 윤리적 개념을 적용하여, 어떠한 정부와 사회를 구성해야 정의롭고 공평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따라서 정치철학이 다루는 주제는 사회, 정부 그리고 다양한 기관들이 얼마나 공정한지 등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을 포함한다. 동양에서도 정치철학적 전통이 오랫동안 축적되어왔다. 정치윤리학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지도자의 도덕적 덕목과 사물의 이치와 부합하는 정치에 주목했다는 특색이 있으며, 정치와 도덕의 불가분적 관계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다. 윤리학이 정치철학의 근간이 되는 이유는, 윤리학의 근본 질문, 곧 개인에게 좋은 삶이란 어떠한 삶인지에 대한 질문이 정치철학에서는 사회 전체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리주의에 의거한 정치철학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관을 세우는 데 주력할 것이며, 반면 의무론에 의거한 정치철학은 지켜야만 하는 의무와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보호하는 기관이나 법을 설립하는 데 목적을 둘 것이다.[2]
정치철학은 또한 형이상학에 근거하여 한명의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서 다양한 입장이 구성된다. 한명의 인간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개인의 권리, 개인의 행복, 개인의 노동과 몫을 확립하려 하는 반면, 개인보다는 단체를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단체의 권리를 개인보다 우선시한다.[3]
정치학과의 차이점[편집]
정치학과 정치철학이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정치학은 헌법에 대한 문제, 투표, 권력의 분배와 균형, 사법 심사 등 사회적 현상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제시하는 반면, 정치철학은 좋은 사회적 삶을 살기 위해서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어야만 하며 어떠한 가치를 사회가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을 제시한다. 따라서 정치철학은 권력, 시민, 국가, 정부, 법, 자유, 평등, 공정함과 같은 개념들에 대하여 분석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역사[편집]
고대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 《정치학》에서 시작된 정치철학적 논의는 금권정치, 학정(虐政), 민주주의, 과두제 등을 다루었다. 이후 중세에 접어들면서 아우구스티누스는 국가의 자비와 정의에 대하여 논하였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연법에 대해 논의하며 신의 절대적인 명령으로서의 의무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의 법을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토머스 홉스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시기의 정치철학은 인간의 이기심과 실용적이고 결과주의적인 정치를 통해 안정되고 강한 권력 국가를 세우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후 계몽주의 시기의 존 로크, 샤를 몽테스키외, 장 자크 루소와 같은 사상가들은 인간이 어떠한 권리나 필요를 바탕으로 국가를 구성하게 되는지, 그리고 국가의 최선의 형태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국가와 정부를 각각 다른 개념으로 분리하였다.
이후 근대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칼 마르크스의 사상을 거치며 사회주의, 자유주의, 파시즘, 자본주의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1970년 이후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선두로 정의에 대한 개념을 다루기 위해 '무지의 베일', '원초적 입장' 등의 사고실험이 제시되었으며, 이후 정의에 대한 전통적 자유주의의 입장을 대변하는 로버트 노직의 《무정부,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를 통해 논의가 가속화되었다.
이후 경제학자인 아마티야 센, 법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 등의 등장으로, 자유나 정의뿐만 아니라 국가적 평등과 공정성, 공평성의 문제도 다루게 되었다.
특징[편집]
정치철학과 정치이론은 서양 정치사상자에 대한 책에서는 종종 호환(互換)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치철학이라는 말은 철학의 일부문인 것, 즉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이론이라는 말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이나 대립 또는 이론과 실제의 관계 등이라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론(관조(觀照))과 실천(행위)의 구별 또는 긴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생활에 관한 포괄적(일반적)인 이해가 사람들의 공동생활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철학이나 정치이론이 일치하고 있어 양자가 호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스트라우스에 의하면 첫째로, 정치철학의 의미와 그 특징은 철학이 아테네에 출현한 이래 항상 명백하였다. 즉, 정치철학이란 '정치적 사항의 자연 본성을 진실로 알고자 하는 것이며, 올바른 정치적 질서 또는 선한 정치적 질서를 진실로 알고자 하는 시도'이다. 여기에서 정치철학이라는 표현에 있어서 '철학'은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취급의 양식을 가리키고, '정치'는 주제와 기능을 가리키고 있다. 정치철학은 정치적 생활에 있어서 유의적(有意的)인 양식으로 정치적 문제를 다투는 것이다. 따라서 그 주제는 정치행태의 목표, 그 궁극적 목표와 동일하다. 정치철학의 테마는 인류의 위대한 여러 목적, 자유와 통치 또는 지배 즉, 모든 인간으로 하여금 그 비참한 자신을 초월하여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다. 둘째로, 그러나 정치철학의 보다 깊은 의미는 정치적 공동체라는 법정 앞에서 철학을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은 허용될 수 있으며 바람직하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철학자는 일반적으로 동의되어 있는 전제 또는 의견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그는 문답법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 의미의 정치철학이라는 표현에 있어서 '정치'는 주제라고 하기보다 취급의 양식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치철학은 주로 정치의 철학적 취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정치적 또는 민중적 취급 또는 철학으로의 정치적 입문 즉, 능력 있는 시민들, 그들의 능력 있는 자녀들을 정치적 생활에서 철학적 생활로 이끄는 시도를 의미하고 있다. 셋째로, 정치철학의 의미로서 특히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실천적 의의 또는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이 가능하면 그 일부분으로서의 정치철학도 영원히 기본적인 정치적 선택폭의 이해로서 성립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철학이 그러한 선택폭에 대한 단순한 이해에 그친다면 그것은 실천적인 가치를 전혀 갖지 않게 된다. 즉, 무엇이 현명한 행위의 연구 목표인가 하는 물음에 답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결정적인 선택을 맹목적인 결단에 맡기게 될 것이다. 스트라우스에 의하면 플라톤(Platōn)에서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에 이르는 모든 정치철학자 및 자연권논자는 정치상의 기본적 문제의 최종적 해결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일반에 대한 이해에는 철학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린 소크라테스(Sōkratēs)의 영위(營爲)와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한 통찰이 포함되어 있으며(정치)철학이 어느 시대에나 사회에 있어서 위험한 영위라는 인식이 있다.
대조적으로 에피쿠로스와 마찬가지로 작위(作爲)와 자연의 구별을 기준으로 하면서 최선의 국가를 구상한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정의또는 정치는 인간의 단순한 작위(계약)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자연에 어울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조(觀照)한 철학자는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확실히 존재하였지만 인간적 사항을 근원적으로 질문한 소크라테스를 정치 철학자의 효시로 보는 것은 이유가 있다(철학과 정치철학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일 뿐만 아니라 전자와 후자의 시간적인 전후 관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대의 정치철학과 근대 이후의 정치철학의 차이를 구분 짓는 지표를 몇 가지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자연'과 '작위'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정치철학의 내용에 미친 영향을 지적해 두어야 한다. 한편으로 자연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목적론적 자연관은 데카르트(René Descartes)와 홉스(Thomas Hobbes)류의 기계론적 자연관에 의해 대신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인간의 불평등관을 대신하여 인간의 여러 능력의 평등이 주장되었다. 이러한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의 정치철학은 사회계약론에 의해 특징된다. 사회계약론의 황금시대는 특히 홉스, 로크(John Locke), 루소(Jean-Jacques Rousseau) 및 칸트(Immanuel Kant) 등에 대표되는 근대의 고전적 계약론자에 의해 구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 유럽의 주권국가의 성립시기와 거의 유사하다. 근대의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정치사회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개인이 자연상태에서 보호유지 하고 있는 자기보존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가지 자연관을 보다 확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동의(同意)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근대 정치철학의 창시자가 마키아벨리(Niccolò Bernardo Machiavelli)인가, 그렇지 않으면 홉스 인가는 어찌 되었든 근대는 또한 인간의 자연적인 욕망을 해방한 시대이기도 하였다. 절제나 검약은 미덕이 아니라 소비와 무한의 소유욕, 획득욕이 인간의 자연이라고 보았다. 확실히 근대의 자유주의는 이러한 욕망 지향을 거부한 칸트의 도덕철학과 같은 자율을 강조하는 이상주의가 출현하였지만 결국 공리주의 사상에 길을 양보하게 되었으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진전되었다. 이러한 '욕망의 체계'로서의 근대 시민사회는 결국 많은 모순을, 특히 경제적인 빈부 격차의 확대와 그것에 따른 윤리적 퇴폐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모순은 예를 들면 헤겔은 그러한 모순을 '인륜으로서의 국가'에 의해 지양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마르크스(Karl Marx)나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의 폭력 혁명에 의한 계급 없는 사회의 성립에 의해 인류의 해방으로서 해결하고자 하였다. 한편, 선진공업국의 자본주의의 모순은 경제의 자유방임을 부정하고 복지국가의 도입 등에 의한 시정이 계획되었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20세기의 전기, 중기에는 정치철학을 포함하여 규범이론이 일반적으로 저조하였다. 1960년대에 스트라우스는 정치철학이 '신화'까지는 아니지만 '이데올로기'와 거의 동일시하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벌린(Isaiah Berlin)은 '정치이론은 계속 존재할 것인가?'라고 학문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정도였다. 분석철학, 논리 실증주의, 행동과학의 융성 등으로, 정의 등의 규범이나 가치의 문제를 학문적으로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 1971년에 존 롤스의 《정의의 이론》이 출판되었는데 그 반향은 절대적이었으며 단지 아카데미즘 세계의 내부에 머무르지 않았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정의론은 방법론적으로는 근대의 고전적 사회계약론의 발전된 정교화를 수반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의 인간관이 독특한 평등관을 수반하였던 것이다. 후자에 관해서 롤스에 의하면 자신보다 이전의 정의론은 '도덕적인 관점에서 자의적인' 인간의 자연적 불평등, 즉 인간의 여러 능력의 자연적인 차이를 적절하게 다룰 수 없었다. 특히,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표어에 전형적으로 나타나 있는 공리주의 사상은 사회 전체의 복지증대라는 목적을 위해 소수자의 권리나 자유가 유린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자연적인 약자를 최대한 구제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롤스의 정의론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경제적ㆍ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제2원리 중의 이른바 '격차원리(difference principle)'는 기본적인사회적인 재산(선한 것)의 재분배에 있어서 '가장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재분배할 것을 요청한 원리이다. 주로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하여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대의 사회주의 사상과 비교하면 인간의 자연적 여러 능력을 사회의 공통자산으로서 재분배의 대상으로 하는 롤스의 사상이 개인의 사적 소유권의 부정을 함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롤스의 평등관은 개인의 사적 소유권의 불가침성을 존중하면서 누진과세의 도입 등으로 부의 가능한 한 평등한 재분배를 목표로 하는 복지국가의 사상을 넘어선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롤스의 정의론은 분배적 정의의 문제를 규범이론의 최전선으로 가져왔지만 그것이 전제로 하는 여러 조건, 특히 '자기' 상(像)의 빈약함 때문에 1980년대 이후 리버럴(liberal)과 커뮤니테리어니즘의 논쟁이 정치철학상의 최대의 쟁점이 되었다. 그 논쟁 속에서 공동체나 전통, 문화, 젠더(gender), 정체성, 차이 등이 오늘날 정치철학의 적절한 이론화를 촉구하는 문제 군으로서 부상하고 있다.[4]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 ↑ 〈정치철학〉, 《위키백과》
- ↑ 〈정치철학〉, 《나무위키》
- ↑ 〈정치철학(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 〈정치철학/정치이론(21세기 정치학대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자료[편집]
- 〈정치철학〉, 《위키백과》
- 〈정치철학〉, 《나무위키》
- 〈정치철학(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정치철학/정치이론(21세기 정치학대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같이 보기[편집]